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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씨앗> 인터뷰 (씨네21)
작성자 프로듀싱 박봉수
날짜 2017.05.16
조회수 1,156

[스페셜] 인간이 태어나 처음으로 폭력을 휘두른 날을 그렸다” - <폭력의 씨앗> 임태규 감독


글 김현수 사진 최성열 2017-05-15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한국영화는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연출 전공 5기인 임태규 감독의 데뷔작 <폭력의 씨앗>이다. 고참들과 함께 휴가를 나온 일병 주용(이가섭)과 필립(정재윤)이 하루 동안 겪게 되는 온간 폭력적인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사실감 넘치는 묘사와 연기로 영화제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CGV 아트하우스상과 한국경쟁부문 대상 수상 소식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임태규 감독을 만나 데뷔작을 내놓은 소회를 물었다.

 

-올해 전주의 화제작은 단연 <폭력의 씨앗>이란 이야기가 많았다.

 

=배급사가 없는 상황이라 CGV 아트하우스상은 꼭 필요한 상이었다. 이거면 됐다, 성공했다고 만족하고 있었는데 덜컥 대상까지 받으니 정말 울컥했다.

 

-군대와 가정 폭력이 소재인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인이 겪은 가정 폭력에 대해 전해 들은 적이 있다.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상황에 노출된 개인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평소에 고민이 많았다. 물론 이와 관련해 수많은 영화가 존재하지만 군대 문제를 밖으로 확장하면서 동시에 가정 폭력 문제를 겹쳐 보이게 하는 차별화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다면 기획 단계에서 유사한 주제의식을 다룬 기존의 영화들을 살펴볼 수 밖에 없었겠다.

 

=스타일 면에서는 마침 시나리오를 쓸 때 개봉했던 라슬로 네메시 감독의 <사울의 아들>(2015)이 보여줬던, 주인공 한명이 모든 신에 나오는 방식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한 인물의 시점에서 사건을 접하고 그외의 정보가 의도적으로 배제되기도 하는 <사울의 아들>의 연출과 유사하다.

 

-주인공 주용이 갈수록 더 많은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한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는 하루 동안 사건이 벌어지는 영화, 라는 설정에서 출발했다. 아마도 주용은 어릴 적에 가정 폭력에 노출된 적이 있었을 것이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군대에서도 폭력적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모습이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사실감 넘치는 정서의 전달을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중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립 역의 배우 정재윤을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 연기를 전공하는 1년 후배인데 그 친구의 실제 나이가 늦은 나이에 입대한 배역 설정과 잘 맞았다. 주인공 주용의 얼굴은 정보가 별로 없어서 선한지 악한지 헛갈리는 배우에게 맡기고 싶었다. <양치기들>(2015)에서 누명을 쓰고 살인사건 용의자가 된 인물을 연기하는 이가섭의 얼굴에서 그런 면모를 봤다.

 

-주용과 필립뿐만 아니라 김소이가 연기하는 주용의 누나 역시 사연을 밝힐 수 없는 영화의 또 다른 중심 인물이다.

 

=주용의 누나 역시 어떤 정보가 읽히는 배우가 아니길 바랐다.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좀더 깨끗한 이미지의 배우를 찾던 중에 김소이씨가 흔쾌히 출연을 결심해줘서 고마웠다. 매형 수남을 연기한 배우 박성일은 학부 때 선배로 여러 독립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종종 상업영화에도 출연해 얼굴을 알려왔는데, 예전부터 데뷔작에 꼭 캐스팅하고 싶어 점찍어둔 배우였다.

 

 

-장면마다 호흡이 길기 때문에 현장에서 배우들이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테이크를 여러 번 갈 수밖에 없었다. 기술적인 실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리허설을 많이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카메라가 계속 움직이면서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야 했기 때문에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리허설을 여러 번 했고, 배우들도 자연스레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다.

 

-첫 데뷔작을 만든 소회와 함께 가장 만족스러웠던 장면을 꼽는다면.

 

=처음 연출을 맡으면서 목표로 내세웠던 것 중 하나는 테이블 신, 즉 대화 장면을 잘 찍자는 것이었다. 영화에서 대화 장면을 새롭게 보여주는 게 쉽지 않다. 나는 대화 장면에서 연출력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는 두번의 식사 장면이 등장한다. 인물들이 앉아서 밥을 먹으며 술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문화나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폭력의 씨앗>은 제목에서처럼 폭력의 씨앗, 즉 근원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집단의 구조적 문제인지 혹은 개인의 문제인지, 군대와 가정 폭력 문제를 경중을 따지지 않고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 개인과 사회문제 중 어느 하나로 노선을 정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무조건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선택이 어렵다면 두가지 의미가 혼재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군대와 가정 문제를 나란히 놓고 봐야 하는 상황에서 연출이 중간에 흔들리면 망하는 거다. (웃음) 그래서 두번의 식사 장면을 비슷하게 찍어야 했다. 그들이 식사하면서 보이는 양상이 군인들이나 어른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전이된다고 해야 할까, 군대와 가정에서 비슷하게 반복되는 모습을 약간의 차이를 두고 표현하고 싶었다.

 

-여러 사건에 휘말리는 주용의 시선을 카메라가 고정적으로 따라가면서 마치 그를 몰아붙이는 듯한 정서적 여운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결국 편집 과정에서 많은 숙제가 있었을 것 같은데.

 

=편집 과정에서 영화를 객관화해서 보기가 쉽지 않아 2주를 쉬었다. 컷이 거의 없는 영화였기에 한신의 길이를 얼마로 정할지가 편집에서 가장 중요했다. 혹은 아예 특정 장면을 삭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문제도 있었다. 엔딩장면은 시나리오에서와는 다른 결말이었다. 원래 구상한 엔딩과 달리 편집을 하다 보니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바꿨다.

 

-영화 연출을 공부하면서 즐겨봤거나 영감을 얻었던 영화가 있다면.

 

=2005년 영화과에 입학해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갔다. 그곳에서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를 봤는데 그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처음으로 내게 영감을 준 영화였다. 지금도 여전히 다르덴 형제의 영향 아래 놓여 있는 것 같다. 사실 <폭력의 씨앗>이 다르덴 형제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차기작 계획은 뭔가.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삼대가 나오는 영화인데 핏줄, 연좌에 대한 영화가 될 것 같다. 폭력 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소재가 있느냐고? (웃음) 폭력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전반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는 편이다. 내가 세상을 좀 비뚤하게 보는 면도 같고, 한편으로는 그게 또 영화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폭력의 씨앗>은 어떤 영화?

군대 선임병들과 단체로 외박을 떠나던 날, 주용(이가섭)은 고참들의 비위도 맞추고 눈치 없는 후임병 필립(정재윤)도 챙기랴 정신이 없다. 게다가 누군가 박 병장(오규철)의 행실을 간부들에게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즐거워야 할 외박이 가혹행위의 장으로 변해버린다. 주용은 필립을 도와주려다가 되레 그를 괴롭히는 가해자가 되고, 연락이 두절된 누나(김소이)를 찾아 나섰다가 고참들과의 약속도 틀어지고 필립과의 관계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휴가를 나온 주용이 하루 동안 겪는 사건을 통해 폭력의 세계에 갇혀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