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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이 산으로 들어간 까닭은?… 감독들의 독특한 글쓰기 습관(2012-03-20)
작성자 dacine
날짜 2012.03.23
조회수 2,374

곽경택 감독이 산으로 들어간 까닭은?… 감독들의 독특한 글쓰기 습관

 

이정향 감독은 日시골마을 은둔
봉준호 감독, 시끄러운 카페찾아


 

좌측부터 곽경택 감독 이정향 감독 봉준호 감독

 
최근 경기 용인시 단국대에서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의 영상대학원장 취임식이 열렸다. 배우 박중훈 강수연 전도연과 원로 연기자인 남궁원, 임권택 윤제균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참석 예정이던 곽경택 감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곽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곽 감독은 현재 영화 ‘적’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다룬 액션 블록버스터인 이 영화에는 주진모 등이 캐스팅됐다. 2001년 ‘친구’ 이후 큰 히트작을 내지 못해온 곽 감독으로서는 이번 영화의 성공이 절실하다. 그가 산속에서 머리를 싸매는 이유다.

시나리오 집필과 연출을 겸하는 감독들의 글쓰기 스타일은 제각기 별나다. ‘오늘’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은 곽 감독처럼 은둔형이다. 이 감독은 ‘오늘’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일본 시골 마을을 찾았다. 자전거로 시골 길을 달리고 손님이 뜸한 식당을 찾아다니며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외국에 있으면 국내에서처럼 “술 먹자” “놀자”는 전화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반면 봉준호 감독은 ‘시끄러워야 써지는’ 스타일이다. 집 근처의 카페 3, 4곳을 정해 다른 손님들을 등지고 앉아 노트북을 두드린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있으면 눕고 싶은 마음이 그를 괴롭힌다고 한다.

단칸방에서 신혼 시절을 보낸 윤제균 감독도 설거지 소리, TV 소리,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야 ‘글발’이 좋아지는 타입이다. 그는 광고대행사에서 월급쟁이로 일하다 한 영화사의 시나리오 공모전에 ‘신혼여행’이 당선돼 영화계에 데뷔했다. ‘만추’에서 서정적인 화면과 여백의 미로 호평을 받은 김태용 감독은 이미지를 떠올리며 글을 쓴다. 아름다운 풍경과 배우들의 사진을 책상 위에 걸어두고 자판을 두드린다. ‘만추’의 안개 낀 시애틀의 멋진 풍경과 ‘여고괴담2’의 강렬한 이미지가 여기서 나왔다.

‘감금’당해야 잘되는 감독들도 있다. ‘섬’의 김기덕 감독,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은 1990년 말 제작사 명필름이 마련한 강원 속초시의 한 아파트에서 합숙하며 시나리오를 써 모두 성공을 거뒀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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