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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백전노장’ 김동호 감독 첫 걸음마(스포츠경향.2012.6.24)
작성자 dacine
날짜 2012.07.04
조회수 2,071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74)이 감독으로 데뷔한다. 제 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 <주리>(Jury·가제)를 연출한다. 그는 영화진흥공사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영화 <정사> <불청객> <이리> <달빛 길어올리기> 등에 출연했으며 현재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 회장과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서울 사무소에서 영화와 더불어 살아온, 함께 해가는 그의 영화인생을 들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이 단편 <주리>를 연출, 제 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제 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오는 11월 1일 개막, 6일까지 열린다.

 

-영화 연출은 처음입니다.

“15년 간 맡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영화감독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해 보려고 했어요. 첫 작품으로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했죠. 그간 친하게 지낸 허우 샤오시엔, 왕자웨이, 키타노 다케시 등 세계적인 감독들을 만나 영화와 사랑의 의미에 대해 묻고 그 사랑이 당신 영화에 어떻게 표출이 되었는지 그런 걸 물어보는.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11월 1일에 문을 여는 아시아나단편국제영화제 개막작 연출을 맡게 된 거예요.”

 

-<주리>는 어떤 내용인가요.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심사과정에 벌어지는 이야기에요. 심사위원을 맡는 건 명예로운 일이지만 심리적 부담감이 만만찮아요. 수상작 선정 과정에 의견충돌로 인해 안 좋은 일을 겪기도 하고. 그간 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쌓은 경험을 살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리려고 해요. 러닝타임은 15~20분을 생각하고 있어요.”

 

-안성기·강수연씨 외 누가 출연하는지요.

“두 배우 외에 배우 정인기와 영국의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 일본 예술영화전용관 이미지포럼의 토미야마 카츠 대표가 다섯 명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해요. 배우 박희본이 프로그래머통역으로, 박정범 감독과 배우 이채은이 관객과의 대화(GV) 장면에 출연하고. 시나리오는 장률 감독이 썼어요. 저도 썼고. 두 시나리오를 놓고 윤성호 감독이 각색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정인기는 <괴물> <타짜> <추격자> <전우치> <고지전> 등에 출연한 중견 배우다. 재외동포 감독인 장률(중국)은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수상작 <망종>,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경계> 등을 비롯해 <중경> <이리> <두만강> 등을 연출했다. 박정범 감독은 <무산일기>로 부산에서 뉴커런츠상,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했다. 박희본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이채은은 <옥희의 영화> <로맨스 조> 등에 출연했다. 윤성호 감독은 <은하해방전선> 등을 연출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1996년 칸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훗날 영화감독을 하자고 생각했다. 김 위원장은 “유명 감독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영화 상영 후 기립박수를 받고,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데 매력을 느꼈다”며 “<주리> 연출은 17년 만에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제작진이 화려합니다.

“김태용 감독이 조감독, 김형구 촬영감독이 촬영, 방준석 음악감독이 음악, 강우석 감독이 편집, 부산국제영화제 홍효숙 프로그래머가 프로듀서를 맡아요. 출연·제작진 모두 재능기부, 무료로 참여해요. 기자재·장소 임대료, 식대 등 진행비는 영화제 측에서 부담해 줘요.”

김태용 감독은 <가족의 탄생> <만추> 등을 연출했다. 김형구 촬영감독의 대표작은 <극장전> <괴물> <부러진 화살> 등, 방준석 음악감독은 <너는 내 운명> <라디오스타> <고고70> 등이다.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로 첫 ‘천만신화’를 일구는 등 한국영화시장 활성화를 선도해 왔다.

 

-촬영일정이 확정됐나요.

“오는 7월 9일부터 12일 사이에 사흘이나 나흘간 촬영할 겁니다. 연출을 맡기로 한 뒤 함께 하고 싶은 분들에게 올해 7월 초에 일정이 가능한지를 물어본 본 끝에 확정했어요. 무대는 극장과 카페, 그리고 야외에요.”

-감독을 하겠다는 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영화제를 다녀왔고 다니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1996년 칸국제영화제에 갔을 때에요. 부산국제영화제를 알리기 위해 갔는데 레드카펫을 걷고, 상영 후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받고, GV에서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감독들을 보면서 그들이 무척 부러웠어요. 창의적인 노력을 하고, 그 결과물로 대중과 함께 하고…. 그때 훗날 감독을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주리>는 그로부터 17년 만에 꿈을 이루는 겁니다. 지난해 퇴임할 때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와서 자기도 퇴임하고 저처럼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서울대 법대 출신인 김 위원장은 1961년 문화공보부(문화관광부의 전신)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맡으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예술의 전당 초대 사장, 문화부 차관,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1996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달빛 길어올리기>(감독 임권택) <이리>(감독 장률) <불청객>(감독 클레르 드니) <정사>(감독 이재용) 등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공사 사장 부임 때 영화인들 반대가 심했는데요.

“문화공보부에서 26년을 보내고 공사 사장으로 갔을 때 낙하산 인사라고 반대가 심했죠. 노골적으로 사표 내라는 분들도 있었고. 그럴수록 소임을 다하기 위해 영화인들을 밤낮으로 만났죠.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고. 그 때 1순위가 촬영소여서 남양주에 종합촬영소를 지은 거에요. 현지 주민을 마을회관에 모셔놓고 사업설명 하고, 돼지 두 마리 잡고, 100명과 소주를 주고받았죠. 100잔은 마신 셈인데 돌아와 샤워를 하고나니 술이 깨더군요. 공사 사장은 4년 간 맡았는데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으로 옮길 때에는 많은 영화인들이 아쉬워하며 붙들려고 했지요.”

-부산국제영화제를 술로 성공시켰다는 말도 나돌았죠.

“많은 일을 포장마차에서 해결하고는 했죠. 국내외 영화인들은 물론 관객들 하고도 술자리에서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술을 윤활유로 삼아 영화제와 영화 이야기로 밤을 새고는 했죠. 대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솔함이에요. 진솔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은 자기 자신과 조직이 발전하는 데 디딤돌이 되죠.”

-공윤 위원장 퇴임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당시 공윤은 검열기구 성격이 강했어요. 갈 때부터 내키지 않았지만 다른 차원에서 영화진흥을 꾀하려고 했죠. <크라잉게임>의 성기 노출 장면을 문제삼지 않고, 공산주의 시절 영화라는 이유로 수입이 금지된 <전함포템킨>을 다시 심의해 통과시켰어요. 이런 사례 등이 쌓이면서 2년이 안 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윤을 떠났어요. 새옹지마(塞翁之馬)예요. 공윤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부산국제영화제 탄생에 기여할 수 없었을 거에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물러났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바쁘다. 안성기·이병헌이 동양인 배우 가운데 최초로 할리우드 차이니스 극장 광장에 손·발 도장을 남기고 한국영화 10편을 상영하는 ‘Look East 2012’(6월 23~24일)에 참석했고, 8월에는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는다. 이어 러시아·중국·대만 등에서 한국 및 아시아 영화의 활로를 모색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어요. 1학기에 12명을 뽑았고 2학기에 13명을 뽑아요. 영화는 저에게 영광과 보람을 안겨주었어요. 제 2의 인생의 반려이고. 한국영화의 내일을 열어갈 젊은 영화인들에게 제가 영화인으로서 이제까지, 앞으로 얻는 것까지 모두 전해주고 싶어요. 장편 데뷔는 그런 다음 여력이 있으면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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