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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세 신인 감독 김동호, 그는 쉬지 않는다(2013.03.11 중앙일보)
작성자 dacine
날짜 2013.03.11
조회수 1,938

76세 신인 감독 김동호, 그는 쉬지 않는다

단편영화 ‘주리’ 개봉

 
단편 ‘주리’로 영화감독이 된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내가 노망기가 있나 봐요. 허허허. 성격상 끊임없이 뭔가 하지 않으면 못 견딥니다. 동년배 친구들을 왜 저렇게 쉬지 않고 난리냐고들 해요. 젊은 사람들은 제 나이에 저처럼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들 하고.”

 7일 전국에 개봉한 단편영화 ‘주리’(JURY·심사위원을 뜻한다)의 신인감독, 김동호(76)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70대에도 쉬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흔히 ‘한국 영화계의 큰어른’으로 불린다. 1988~92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지냈고, 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때부터 15년 연속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2010년 집행위원장을 그만뒀지만 그의 삶에 은퇴는 없다. 지난해 개원한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의 대학원장을 맡은 것은 물론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것이다. ‘주리’는 지난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의뢰를 받아 만든 영화다. 여러 해외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심사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는 모습을 담았다. 격렬한 토론 끝에 멱살잡이에 몸싸움까지 벌어진다. “실제로 영화제 심사를 하다보면 의견을 좁히지 못해 밤을 새워 논쟁을 벌이는 일이 종종 있어요.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몸싸움을 하지는 않아요.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가미한 요소지요.”

 그는 “아직까지 위원장이란 호칭이 제일 익숙하다”고 말했다.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CEO라고 보면 됩니다. 내 적성에 제일 잘 맞고, 재미도 있었어요. 전 세계 영화제를 다니면서 영화도 마음대로 보고 사람들도 많이 사귀었으니까. 집행위원장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쥘리에트 비노슈 같은 배우하고 껴안고 춤을 출 수 있었겠어요. 허허허.”

 위원장 시절, 그는 전 세계 영화계의 귀빈들에게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한 걸로 유명하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내 영화 인생을 돌아보는 책을 집필할 예정이에요. 단편영화 한 편 더 만든 뒤 장편에도 도전할 계획이고.” 또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변신한다. “이란의 거장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나를 주인공으로 다큐를 만들었어요. ‘열정’ 혹은 ‘아직도 진행중’이란 제목을 붙일 거라네요.”

 

 
글=장성란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