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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김의석 위원장 “2013 한국영화, 희망과 비전을 말하다”
작성자 dacine
날짜 2013.01.21
조회수 2,521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김의석 위원장
 
“2013 한국영화, 희망과 비전을 말하다”

 

2012년 한국 영화계에는 다양한 경사가 있었다.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고, 한국 영화 관객 수 1억 명 돌파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찬란하게 빛이 나는 곳 이면에는 그늘도 드리워지는 법. 여전히 한국 영화계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국 영화계의 두 수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과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에게 2013년 한국 영화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 2012년 영화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이하 명예집행위원장) 한국 영화 94년의 역사에서 눈에 띄는 기록을 세운 해였다고 봅니다. 한국 영화 관객 수 1억 명을 돌파했다는 점과 ‘천만 영화’가 한 해 두 편이 나왔다는 점은 산업적 측면에서 고무적인 성과였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점은 한국 영화의 예술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었습니다. 2012년은 한국 영화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고도성장을 보였던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하 위원장) ‘관객 수 1억 명’이라는 수치는 ‘한국 영화 제2의 부흥기’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합니다. 탄탄하게 구축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향후 한국 영화가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만간 중국 영화 시장과의 관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 영화 산업 안에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됐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먼저 영화계에서 온·오프라인 통합전산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은데요.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김의석 위원장 최근 부가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가 시장 매출 규모가 2,00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올해는 4,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 급증하는 겁니다. 최근 올레TV 등 3대 IPTV와 디지털 케이블 업계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자료를 공개하기로 영화계와 합의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앞으로 정확한 정산과 공정한 유통을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온라인 통합전산망 구축에 필요한 예산 21억 원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굿다운로더 캠페인을 통해 부가 시장이 점차 되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위 불법 다운로드가 점진적으로 줄어들면서 좋은 징후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부가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온라인 통합전산망 구축은 한국 영화 산업 기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영화 감독 쇼케이스가 개최됐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파트너십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지난해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주축이 돼 중국 영화 산업계와 공동 제작 협약 교섭을 벌여 왔는데, 아직 체결 전입니다. 만약 체결이 되면 중국과의 파트너십이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중국 영화 산업은 매년 30~40퍼센트에 이르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서 중국 영화 시장 공략은 우리에게 중요한 당면 과제입니다. 중국 영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공동 제작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의석 위원장 김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공동 제작 협약은 구체적인 체결 시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안에 체결될 예정입니다. 중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현재 중국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의 인력, 기술,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자국 영화 시장 점유율이 50퍼센트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중국 영화계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한국 영화인의 역량과 기술이 결합된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거죠.

 

 

- 현재 중국 영화 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산업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김의석 위원장 중국의 영화 산업이 커지면 한국 영화 산업에도 기회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은 전체 스크린 수 2,000개 중 3D 상영관이 1,000개가 조금 넘습니다. 중국의 경우 전체 1만 1,000개 스크린 중 3D 상영관이 무려 8,000개에 이릅니다. 한국 영화로서는 3D를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 8,000개가 열리는 셈이죠. 또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2012)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중국 이 한국의 감독, 배우를 섭외해 제작하게 되면 양국의 시장을 열 수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물론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현재 중국 영화 산업은 세계 각국의 영화계를 흡수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중국 완다그룹이 미국의 세계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AMC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도 CG 분야에서는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위치인데, 중국 자본이 언제, 어떻게 인수합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독자적인 기술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건강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양국의 문화적 간극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영화 [양귀비]에서 하차한 곽재용 감독 대신 첸장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현장에서 양국 스태프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남긴 사례였습니다. 중국영화 산업이 한국의 스태프, 기술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소통이 중시되는 협업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합니다.


“각 시도별로 독립 영화 전용관을 구축할 수 있는 국비 확보가 시급합니다. 정부와 대기업의 공조를 통해 전국적으로 전용관을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가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해외 판로 개척 측면에서 중요한 고려 대상입니다. 올해 한국 영화계의 해외 시장 진출은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요?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영진위가 2014년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글로벌 스튜디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부산을 거점으로 한국이 아시아 영상 중심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특히 최근 부산영상위원회가 외교통상부에서 11만 달러의 예산 지원을 받아 아세안 지역 11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 제작 워크숍 ‘플라이 프로젝트’를 개최했죠. 첫 회를 맞은 ‘플라이 프로젝트’는 한국이 아시아 영화의 중심 국가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동남아시아와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단지 영화 수출이 아닌 제작 노하우, 시스템 등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김의석 위원장 중남미는 한국 영화의 미개척지입니다. 최근 중남미에서 열렸던 몇몇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쇼케이스를 개최해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CJ E&M이나 롯데엔터테인먼트 같은 대기업에서 베트남, 인도 등에 멀티플렉스 진출을 주도하고 있는데, 베트남에서는 이들 기업이 배급사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합니다. 특히 베트남은 20~30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영화를 소비하는 층이 그만큼 두터워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한국 영화로서는 기회인 셈이죠. 또 부산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스튜디오는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거점이 될 전망입니다. 글로벌 스튜디오는 현재 부산시의 재원과 국고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단계인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부산 영상 도시 육성 방안 공약을 세웠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합니다.

 

 

- 독립 영화 전용관 전국망 확보도 중요한 화두입니다. 한국 영화계의 청사진은 무엇인가요?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각 시도별로 독립 영화 전용관을 구축할 수 있는 국비 확보입니다. 매우 시급한 사안입니다. 그리고 CJ E&M 이나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에 독립·예술 영화 전용관을 의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정부와 대기업의 공조를 통해 전국적으로 전용관을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의석 위원장 한 해 수십 편의 독립 영화가 제작되는데, 그 영화들이 모두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독립 영화는 야구에 비유하면 마이너리그로 볼 수 있는데, 메이저리그인 상업영화와 상호 보완 관계 안에서 적극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영관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지난해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 개봉과 관련해 “작은 영화가 상영할 공간이 없다”고 발언한 이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열렸는데, 전용관에 관해 의원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독립 영화 쿼터제 운영 같은 방안도 있었지만, 제도적인 측면보다 자율적으로 맡기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많이 나왔습니다. 최근 영진위와 독립 영화계 간 독립 영화 배급 지원 센터 설립을 논의 중입니다. 인구 수 70만 명 이상 되는 도시에 전용관을 설립해 내년까지 최대 30개의 전용관을 확보하자는 겁니다.

 

 

- 스태프 임금 현실화도 해묵은 과제입니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님께서 회장직을 맡고 계신 동반성장협의회에서는 어떤 방안을 모색 중인가요?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2011년 10월 동반성장협의회 출범 이후 1년 가까이 스태프 임금 이슈로 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지난해에 13개 항목에 합의해 ‘동반 성장’을 선언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스태프 임금 현실화였습니다. 영화사가 스태프의 4대 보험 의무 가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표준계약서를 근거로 계약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기업이나 제작사에서 표준계약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의석 위원장 한국 영화 수익률이 마이너스 30~40퍼센트로 곤두박질칠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스태프입니다. 제작비가 줄어들면서 인건비까지 삭감되거나 체불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1년을 기점으로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지난해에는 흑자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 그 보상을 스태프들이 받아야 할 때인데, 수익률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도 당연히 인상돼야 합니다. 최근 영진위에서 경력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력에 걸맞은 인건비를 객관적으로 책정하는 제도입니다. 예전에는 주먹구구식 지불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는데, 경력인증제가 도입되면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임금 책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스태프의 임금 문제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 영화 관객 수 1억 명’이라는 수치는 한국 영화 제2의 부흥기를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탄탄하게 구축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향후 한국 영화가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수직계열화 및 독과점 문제도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한국 영화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패착인데, 개선 방안은 무엇일까요?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투자·배급사 측에 투자에서 손 떼라, 배급에서 손 떼라고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수직계열화 이슈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예산 영화가 최소 1주일 동안 상영될 수 있는 상영 보장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멀티플렉스도 작은 영화 상영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의석 위원장 관객 수 1억 명 돌파 기록을 둘러싸고 영화계 내에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데, 제작사 측에서는 별로 기뻐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대기업은 신이 나는 일이지만, 제작사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없기 때문에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대기업에서 제작사를 대할 때 제조업 취급하는 태도로 대할 때가 있고, 영화인들로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로의 영역을 구분하지 말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성장 모델을 만들어가면서 배려하고 양보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수직계열화 문제 역시 대기업과 제작사가 영역을 구분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좋은 콘텐츠와 안정적 플랫폼이라는 상호 보완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3년 한국 영화계를 전망하신다면요?

김의석 위원장 2012년에 탄탄한 내수 시장을 다졌다면, 올해는 해외로 좀 더 적극적으로 뻗어나가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 영화 산업의 동반 성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숙제가 있지만, 영화계가 협력해서 조금씩 개선 방안을 찾아나간다면 희망적으로 전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산업적인 측면에서 낙관적으로 봅니다. 일단 김지운 김용화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해외 합작으로 진행한 글로벌 프로젝트가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한국 영화의 성장률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데, 양질의 영화들이 꾸준히 기획·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고, 명필름과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도 연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이창동 김기덕 감독도 차기작을 준비 중인데, 이들 거장 감독들의 작품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