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대학원 영화학과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서 상영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 1934년작 한국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재구성한 김태용 감독이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델피 필름팔라스트 극장에서 영화 상영에 앞서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3.2.11 pcw@yna.co.kr

`청춘의 십자로' 포럼부문에 초청돼 특별 상영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 한국 최고(最古)의 무성영화인 `청춘의 십자로'(1934, 안종화 감독)가 8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관객들과 만났다.

이 영화는 영상자료원이 2008년 국내에서 발굴했고, `만추'로 유명한 김태용 감독이 총연출을 맡아 변사의 해설과 4인조 악단의 연주, 뮤지컬을 접목해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재구성했다.

김 감독이 영화 상영 전 무대에 올라가 "1930년대 한국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라고 인사했을 때만 해도 관객들은 재미는 없지만, 예술성 있는 `골동품 영화' 정도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이내 몰입했다.

변사(조희봉)의 익살스러운 목소리 연기가 영화의 자막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자 관객들은 박장대소했고, 영화가 막을 내릴 때에는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영화는 순박한 시골 출신 청년 영복이 경성에 올라와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좌절감을 느끼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여동생을 돈으로 농락한 바람둥이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진부한 이야기지만, 변사의 재치있는 입담과 4인조 밴드의 라이브 음악, 뮤지컬 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져 영화의 형식을 깬 새로운 버라이어티 쇼로 느껴진다는 것이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대중음악 싱어송라이터인 막스 코플러씨는 "이 영화는 음악과 뮤지컬, 오페라 요소가 들어 있으면서 매우 재밌다. 1시간 20분의 상영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라고 평가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다는 이탈리아인 크리스티앙 로시씨는 "무성영화를 몇 번 봤지만,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뮤지컬 배우가 연기할 때에는 영화 속 주인공이 밖으로 나온 것 같았고 음악이 내용과 조화를 이뤄 재미를 더했다"라고 호평했다.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서 상영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델피 필름팔라스트 극장에서 열린 1934년작 한국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재구성한 김태용 감독의 작품 상영에 현지 관계자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2013.2.11 pcw@yna.co.kr

극장의 700석 좌석이 모두 찼으며, 9유로(약 1만 4천 원)에 판매된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많은 관객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태용 감독은 "청춘의 십자로는 서양의 옛 무성영화와 달리 변사와 음악으로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오래된 것이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도록 한 것이 서양 관객들이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청춘의 십자로는 미국 뉴욕영화제(2009년), 멕시코 과나후아토 영화제(2011년)에서도 선보였으며,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니스ㆍ베를린)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