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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 "무성영화 시대, 변사 이야기 준비 중" (sbs e 연예뉴스 2012.10.15)
작성자 dacine
날짜 2012.11.02
조회수 2,286

김태용 감독 "무성영화 시대, 변사 이야기 준비 중"

 


 

[SBS E!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김태용 감독이 만드는 영화는 뭐든 특별할 것 같다. 그동안 그는 어느 나라, 어느 집단에 시선을 두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지점들을 포착해내고, 그것을 개성 넘치는 연출로 담아왔기 때문이다.

10대들의 꿈과 불안이 공존하는 학교 안을 들여다봤던 영화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1999)와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던 '가족의 탄생'(2006), 시애틀이라는 공간에서 국적이 다른 남녀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던 '만추'(2010)에서도 그는 보편적 정서와 더불어 참신한 시각을 잃지 않았다.

이번엔 1930년대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였던 '변사'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김태용 감독은 지난 2008년부터 연출을 해온 뮤지컬 '청춘의 십자로'의 부산 공연과 신작 '신과 함께 그리고 이제 막 구상을 시작한 영화 '변사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최근 아시아 4개국의 감독들이 모여 만든 옴니버스 영화 '뷰티풀 2012'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그의 신작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갈증도 풀어줬다. 이 작품에서 김태용 감독은 '그녀의 연기' 편을 연출했다. '그녀의 연기'는 제주도에 사는 철수(박희순 분)라는 남자가 위독한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여배우 영희(공효진 분)에게 연인 행세를 해달라고 하면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Q. '뷰티풀 2012'는 '만추'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영화다. 다국적 옴니버스 영화인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이 작품은 홍콩영화제에서 제작을 한 것이다. '아름다움'을 주제로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영화를 찍자고 제의가 왔었다. 감독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하더라. 주제가 막연해서 오히려 흥미로웠다.

Q. 저예산 옴니버스 영화인데도 공효진, 박희순이라는 톱배우가 나온다. 공효진과는 여러 차례 작업을 해서 페르소냐 같기도 하다. 두 사람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된 것인가?

A. 공효진 씨와는 오래전부터 작품을 해왔고,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연락을 하는 사이라 무턱대고 전화 걸어 "3일만 빼 달라"고 부탁했다. 또 박희순 씨의 경우 안면식만 있는 사이였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철수'라는 캐릭터는 나이에 비해 조금 동안이었으면 했고, 과묵한 캐릭터를 가진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박희순 씨를 캐스팅하게 됐다. 

Q. 극중에서 영희가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철수의 아버지를 위해 판소리를 부르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공효진의 판소리 실력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더라.  

 


A. (공)효진 씨를 생각하면서 영희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좀 엉뚱한 재주가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판소리가 떠올랐다. 처음에 출연 제안을 할때 3일만 시간을 내주면 된다고 했는데 "효진씨, 판소리를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촬영 준비 기간이 2주밖에 없는데 어떻게 판소리를 배워요"라고 하더라. 그런데 촬영 때 보니 정말 열심히 배워왔더라.

Q. 아시아의 네 감독이 '아름다움'을 주제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 당신은 연인 놀이를 하는 남녀의 하루를 통해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는데, 그 관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어떤 것인가?  

A.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마술같이 팍팍 터지는 스파크 같은 게 있지 않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든,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있어서든. 나는 그 스파크가 터지는 순간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Q.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국의 구창웨이, 홍콩의 차이밍량, 대만의 허안화 감독이 그려낸 '아름다움'에 대한 단편들도 봤을 것 같다. 같은 주제를 이야기한 다른 감독의 작품을 본 소감은?

A. 개개인의 확고한 개성이 살아있더라. 구창웨이 감독의 '용의 머리'는 중국의 현재의 생활상, 느낌이 잘 살아있고,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는 너무나 독특한 스타일과 개성이 돋보였다. 또 허안화 감독은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찡한 드라마가 있더라.

Q. 과거 인권을 주제로 한 '시선 1318'이라는 옴니버스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고, 이번에도 옴니버스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본인이 생각하는 옴니버스 영화의 매력은 무엇인가?

A. 단편의 경우 장편 상업영화에서 못하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편으로 만들기엔 너무 작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단편으로서는 충분히 재미있게 다룰 수 있달까. 또 폭넓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감독의 다양한 취향을 담아낸 거라 관객의 입장에서도 보는 재미가 있다.

Q. 그동안 전작들을 통해 친구간 우정(여고괴담2), 가족 관계(가족의 탄생), 우연한 사랑(만추) 등을 이야기해왔다. 기본적으로 김태용 감독이 흥미를 가지는 소재 혹은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

A.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서로를 모르는 사람이 만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같은 궁금증에서 '가족의 탄생', '만추'도 출발하게 됐던 것 같다. '그녀의 연기'도 그 연장선상에서 서로를 모르는 남녀가 서로의 남자친구, 여자 친구라는 역할놀이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Q. 그렇다면 현실에서 감독 본인도 우연한 만남,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즐기는 편인지?


A. 아니다. 오히려 어색해한다. 내 성향이 그렇다보니 오히려 영화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Q.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김동호 명예위원장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주리(Jury)'의 조연출로 참여했다. 오랜 인연을 유지해온 영화계 어르신과의 작업은 어땠나?

A. 어느 날 김동호 위원장님이 "내가 작품을 하나 만들 건데, 조연출 해줄 수 있겠어요"라고 부탁하셨다. 난 "뭐든 할게요"라고 답했고. 결국 14년 만에 조감독을 다시 하게 됐는데, 내 작품보다 걱정이 되더라. 그러나 위원장님이 워낙 꼼꼼하게 연출을 하시고 또 주변 지인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무척 흥미롭게 작업했다.

Q. 2008년부터 '청춘의 십자로'라는 공연도 연출하고 있다. 이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가?

A. 2007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필름이 발견됐다. 1934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로 대본도 없이 원본 필름만 남아있었다. 공연으로 재탄생 시켜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재미 반, 의미 반으로 하게됐다. 무성영화 상영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대본작업과 음악작업을 했고,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했다. 지난 5년간 띄엄띄엄 공연을 해왔고, 이번에 부산영화제 기간 중에 두 번의 공연을 했다.

Q. 차기작으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로 결정했다. 그동안 김태용 감독의 전작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A. 다들 말리더라.(웃음) 예전부터 불교에서 말하는, 사람이 죽은 뒤 머물게 되는 49일의 시간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원작이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내 스타일에 맞게 각색 중이다. 나는 몸은 비록 죽었지만, 이생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미련'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49일 동안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Q.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APM(아시안 프로젝트 마켓)에 '변사 프로젝트'(가제)라는 새로운 기획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 어떤 작품인가?

A. '신과 함께'에 이은 차기작으로 1930년대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 이야기다. '청춘의 십자로'를 연출하면서 무성영화 시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당시에 변사는 엄청난 스타였고, 영화배우보다 높은 개런티를 받았다고 한다. 변사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 변사와 여배우의 사랑과 같은 로맨스도 들어갈 것 같다. '만추'를 함께 했던 박관수 프로듀서와 함께 기획중이고, 시나리오도 동시에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