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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감독의 데뷔작 '심사위원' 기립박수(오마이뉴스 2012.11.4)
작성자 dacine
날짜 2012.11.05
조회수 2,102

70대 감독의 데뷔작 '심사위원' 기립박수

 

[오마이뉴스 성하훈 기자]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식이 1일 오후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렸다. 개막작을 연출한 김동호 감독과 심사위원들
ⓒ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영화제에서 이렇게 큰 반응을 얻은 개막작이 있었을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터져 나오던 박수는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립박수로 바뀌었다. 곳곳에서 환호가 터지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지금껏 국내영화제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개막작에 대한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의 감독 데뷔작 'JURY'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영화계가 한 데 뭉친 결과물답게 24분짜리 단편영화는 빼어난 작품이었다. 화려한 출연진과 카메오로 구성된 영화는 훌륭한 만듦새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 작품에 마음 졸이던 노 감독은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비로소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70대 영화감독 데뷔에 축제가 된 영화제 개막식

1일 오후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식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의미 있는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인 듯 여느 해보다 높은 관심 속에 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임권택,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원로배우 신영균, 조재현, 박중훈, 유지태, 윤은혜, 김인권 등 주요 감독과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내 주요 영화제 위원장들도 모두 참석했다. 

일반적으로 개막식이 끝나면 영화 상영 직전에 주요 인사가 자리를 뜨는 여타 영화제와 달리, 개막작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 'JURY' 포스터
ⓒ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영화계는 70대 감독의 데뷔작 'JURY'에 마음을 모았다. 장률 감독의 시나리오를 윤성호 감독이 각색했고, 김태용 조감독, 김형구 촬영감독이 합세했다. 여기에 강우석 감독이 편집을 맡는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 출동했다. 제목 'JURY'는 '심사위원'이라는 뜻이다.
<똥파리> 양익준 감독이 첫 장면에 등장하는 'JURY'는 영화제 수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갈등하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유부단한 심사위원장과 개성 강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급기야 거친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화끈한 액션(!)이 펼쳐진다.

혼신의 연기를 선보이는 안성기·강수연· 정인기의 활약은 인상적이고, 능청스런 연기를 펼치는 평론가 토니 레인즈와 짧은 영어 실력으로 힘들어하지만 끝내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토미야마 카츠오의 연기 역시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심사위원들이 서로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장면에서는 감독과 배우의 시선을 충돌시키며 영화계의 모습도 살짝 담아냈다. 

짧지만 젊은 남녀감독 사이에 애정이 싹트는 기운도 나오고, 영화 속 영화에는 멜로적 감성이 담겨 있다. '심사위원'을 주제로 하지만 영화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활용해 24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얼핏 판타지적 요소도 엿보인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시선을 끄는 요소는 화려하게 구성된 출연진이다. 독립영화 스타 김꽃비와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에 아역배우 출신 주희 엣나인필름 이사, 배우 박희본, 이채은이 조연으로 출연하고 이란의 마흐발바프 감독, 임권택 감독 부부, 손숙 아시아나영화제 이사장, 민용근 감독 등이 카메오로 등장했다. 

 

 

 

"이 바닥 발 들였으니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다"

이날 개막식에서 손숙 이사장은 "10회를 맞아 영화를 직접 제작하려고 했는데, 우연히도 기회가 맞아 김동호 감독님께 연출을 부탁드렸다"고 개막작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간 귀빈 대접을 받던 김동호 감독은 철저하게 개막작 감독으로 대우받았다. 그는 "지난해 9회까지 개막식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아 아시아나영화제가 기회를 준 것 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영화 'JURY'로 데뷔한 김동호 감독
ⓒ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김 감독은 "5~6천 명이 모인 자리에서도 많이 단상에 올랐는데, 오늘은 혹독한 비평을 받을 것을 생각하니 무척 긴장되고 떨린다"면서 "이왕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놨으니 앞으로 계속 찍어야겠다. 다음 작품 제작에 참고할 수 있도록 매섭게 비판해달라"고 부탁해 웃음과 함께 큰 박수를 받았다.

주연으로 출연한 안성기, 강수연, 정인기, 토니레인즈, 토미야마 카츠에는 영화에서처럼 이번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 안성기 집행위원장은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장을 맡는다는 게 반칙이지만 올해는 특별하게 영화에 출연한 분들이 심사위원을 수락해 심사위원장을 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유부단한 측면이 많아 다른 심사위원의 눈치를 보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막작 'JURY'는 4일 한 차례 더 상영된다. 상영 후에는 김동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나와 특별한 제작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한편 오는 6일까지 열리는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는 30개국에서 출품된 8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아시아나영화제는 단편영화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면서 한국영화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해마다 관객 수가 늘고 있는데, 올해 3만 관객을 돌파할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