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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 영화인들 뭉쳤다, 이 남자를 위해
작성자 dacine
날짜 2012.07.10
조회수 2,588

한국대표 영화인들 뭉쳤다, 이 남자를 위해

 

입력 : 2012.07.09 23:26

편집 강우석, 출연 안성기·강수연·박정범
촬영 김형구, 시나리오 장률, 조감독 김태용, 음악 방준석…
김동호 부산영화제명예위원장감독 데뷔 현장을 가다

"영화는 꿈이자 제2의 인생" 일흔다섯의 김 명예위원장
단편 '주리'로 처음 메가폰… 후배들, 무보수 참여 잇따라

강우석, 안성기, 강수연, 김태용, 김형구, 방준석, 박정범, 윤성현….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영화계 최고의 연기자·제작진이다. 이들이 한 사람, 정확히 말하면 그가 만드는 20분도 안 되는 단편영화 한 편을 위해 뭉쳤다. "지금까지 어느 한국 상업영화에서도 이 정도의 초호화 제작진이 모인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홍효숙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이라는 얘기가 과장이 아니다. 이 행운을 누리게 된 사람은 김동호(75) 부산국제영화제(BIFF) 명예집행위원장이고, 그가 만드는 단편영화는 11월에 열릴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 '주리'(Jury·심사위원)이다. 김 명예위원장의 감독 데뷔작이다.

 
"안 스타, 눈을 천천히 뜨면서 잠에서 깨는 걸로 해요."

9일 서울 광화문의 '인디스페이스' 상영관 안. '김동호 감독'이 안성기에게 연기 지시를 한 뒤 상영관 밖에 마련된 디렉터스 체어(감독용 의자)에 앉아 촬영현장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안성기가 영화를 보며 졸다 깨는 장면을 세 차례 반복해 촬영한 뒤에야 김 감독은 무전기를 통해 "컷,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그는 헤드폰을 벗으면서 "배우의 연기와 동선에 중점을 두고 연출하고 있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힘들진 않다. 하지만 언제 오케이 사인을 보내야 할지 조금 고민스럽긴 하다"고 했다.

김동호 감독이 지휘하는 스태프는 당장 특급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도 될 만큼 호화 진용이다. '실미도'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이 편집, '가족의 탄생'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조감독, '괴물' '부러진 화살'의 김형구 촬영감독이 촬영, '공동경비구역 JSA' '너는 내 운명'의 방준석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는다. 배우 안성기·강수연·박희본·정인기·이채은과 '무산일기'의 박정범 감독,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등이 연기자로 출연한다.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과 영국의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 일본 예술영화전용관 이미지포럼의 도미야마 가쓰 대표 등도 나온다. 이들은 모두 돈을 받지 않고 재능 기부로 참여한다.

 
헤드폰을 쓴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이 9일 서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무전기를 손에 쥔 채 단편영화‘주리’를 연출하고 있다. 그는“‘주리’는 나 혼자 연출하는 게 아니라 한국 영화계가 공동으로 연출하고 제작한 작품”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이들 스타 배우와 감독들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불러들인 건 물론 한국 영화계의 '큰 어른' 김 명예위원장의 힘이다. 그는 1996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면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키워냈다. 위원장 재직시절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이코노미석을 타며 세계 수십 개국 영화제를 찾아다닌 일화가 알려지면서 영화인들의 신망이 더욱 두터워졌다. 김 명예위원장은 "재능을 기부해 준 영화인들에게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굉장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내가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서 기대를 하던데 졸작(拙作)이라도 나오면 그런 망신도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원래 김동호 감독이 구상한 영화 데뷔작은 다큐멘터리였다고 한다. "퇴임 후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을 맡지 않았으면 영화제를 통해 친해진 허우샤오시엔(대만) 모흐센 마흐말바프 등 세계 감독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 "2년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그만두면서 영화 두 편 정도는 만들겠다고 다짐했었죠. 영화진흥공사 사장서부터 24년간 영화 쪽에 몸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 연출 욕심이 생기더군요."

'주리'는 국제단편영화제에서의 심사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김 감독은 "2년 전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는데 심사과정에서 위원들 간에 의견 충돌이 있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장률 감독('두만강' '망종')이 이 과정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든 뒤 나에게 연출을 맡겼다"고 했다. "가장 좋은 작품을 공정하게 뽑아야 하는 영화제 심사위원의 고민을 담아내려고 해요. 영화제 심사를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꽤 받았거든요(웃음)."

그가 이날 연출한 영화 속 장면에서 관객이 감독에게 "영화는 당신에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 같은 질문을 김동호 감독에게 했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는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관객에겐 현실의 고통을 풀고자 하는 꿈이고, 감독에겐 현실을 이상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꿈입니다. 저한테 영화는 현실이자 꿈이고, 제2의 인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