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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로 오키나와 영화제 초청받은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2013.03.26 스포츠 한국)
작성자 dacine
날짜 2013.03.25
조회수 2,289

'주리'로 오키나와 영화제 초청받은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감독이라 불리고 싶어요"

"전엔 심사하러 왔었는데 이번엔 심사를 받으니 감회 새롭네요

장편도 만들어 '진짜' 감독 돼야죠"

"단편이랑 장편 하나 더 만들면 감독이라 불리고 싶네요."

바닷바람이 유독 청량하고 햇살이 따뜻한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서 열린 제5회 오키나와영화제에서 만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전(前) 집행위원장. 1회 때부터 이 영화제를 찾고 있다는 김 전 위원장은 이번에는 감독 자격으로 공식초청을 받았다. 그의 연출작 '주리'가 특별상영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웃음과 평화'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영화제에서 평소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길 즐기는 김동호 전 위원장의 해학이 담뿍 담긴 '주리'가 상영된 것은 꽤 의미가 있었다.

▲어떤 직함으로 불리는 것이 편한가.

=아직은 '위원장'이 익숙하다. 하지만 앞으로 단편 하나 더 만들고 장편도 연출하면 '감독'이라 불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인가.

=그렇다. 영화제의 꽃은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다. 영화제 레드카펫은 좋은 감독이 만든 영화가 있어야 배우도 함께 밟을 수 있는 거다. 내가 집행위원장으로 일하던 때도 영화제의 주인은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라고 인식을 바꾸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런 면에서 영화인으로서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24일 열린 공식 상영회의 반응은 어떻던가.

=성공적이었다. 객석이 비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꽉 찼더라. 심사위원들도 보러 왔다. 관객들이 많이 웃으며 즐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감독으로 초청받으니 감회가 남다른가.

=1회 때부터 오키나와영화제에 왔었다. 과거에는 영화를 심사하는 입장으로 왔지만 이번에는 관객들부터 심사를 받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일본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궁금하고, 약간 두렵기도 하다.

▲오키나와영화제와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주최사인 요시모토흥업의 오사키 사장과 칸국제영화제서 만나 '이렇게 바다에서 영화를 트는 영화제를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현실이 됐다. 101년의 역사를 가진 요시모토가 정부 지원 없이 만드는 영화제다. 오키나와는 '비극의 땅'인데 이곳에서 웃음과 평화를 주제로 영화제를 여는 것은 의미가 크다. 세계적으로 코미디 영화를 주제로 하는 영화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지 반응도 좋지만 국내에서도 단편으로는 유례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12개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1,000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무엇보다 한국 단편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에게 좋은 선례가 된 것 같다 기쁘다. 앞으로도 단편 영화의 개봉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알려달라.

='주리'는 심사위원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다음에는 영화제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현재 시나리오 구상 중이다. 완성되면 여름에 찍거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전후해 촬영하고 폐막 직전 상영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는 있나.

=우선 안성기 강수연은 계속 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적당한 역할에 따라 쓰고 싶다. 다른 배우들은 일단 시나리오가 나온 후 맞는 사람을 쓰겠다. 그런데 '주리'를 만들어보니 캐스팅이 쉽지 않더라.(웃음)

▲감독으로서 어떤 욕심을 갖고 있나.

=장이머우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가 갖는 재미를 더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두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택도 없다'고 웃을 거다.

▲집행위원장직을 놓은 후 더 바빠진 것 같다.

=벅차지만 재미있다. 아직은 체력이 뒷받침된다. 교단에도 서고 있는데 지난해 들어온 1기생들이 장편 4편, 중편 2편을 준비 중이다. 그 뒤처리를 위해 '타이거시네마'라는 1인 주주회사를 출범시켰다. 전체적인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 영화가 잘 되고 있다. 향후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좋은 감독들이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있고 20년 전 20대였던 관객들이 40~50대가 된 후에도 한국 영화를 꾸준히 찾고 있다.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 1차적으로 독창성과 창조성을 갖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수직계열화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저예산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오키나와(일본)=안진용기자 realy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