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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을 이끈 영화계 대부, 이번에는 대학 캠퍼스에서 승부? (단국대학교 발전기금웹진 드림단국 vol.8)
작성자 dacine
날짜 2012.10.26
조회수 2,588

김기덕을 이끈 영화계 대부, 이번에는 대학 캠퍼스에서 승부?


 

 


 

 

 

  

 

 

바야흐로 부산국제영화제 시즌이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에 세계 영화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누가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들었을까?

이때 김동호 원장을 바로 떠올린다면 당신은 ‘뭘 좀 아는’ 님!

김동호 원장 없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 명단에서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김동호 원장이 최근 단국대에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 사연인즉, 올 초 개원한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개원한 장본인이 바로 김동호 원장이었던 것. 공격적인 영화 마케팅과 영화인 보호에 앞장섰던 김동호 원장이 이번에는 영화인 양성을 위해 남은 전력을 쏟겠다고 공언한 것인다. 영화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왜 교육현장을 선택한 것일까?

 

힌트는 얼마 전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수상 축하 인터뷰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김동호 위원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영광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한국영화 100년사 최대 쾌거를 이루어낸 배경에는 김동호 원장의 역할이 컸음을 실토한 것이다. 인재양성이야말로 군자3락의 으뜸이지 않겠는가.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수상으로 들끓던 축제 분위기가 한풀 가라앉을 즈음, 드림단국에서는 김동호 원장과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Q, 한국영화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한국영화의 살 길은 해외진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든지 아니면 질적으로 승부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아직 1%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함량이 1% 부족한 것이죠. 이번에 다행히 황금사자상을 베니스에서 받았지만 지금까지 세계 3대영화제에서 우리나라는 한 번도 대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이란, 인도 등 많은 나라의 감독들이 3대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거든요. 그 동안 한국영화가 대상을 못 받은 것은 1%의 함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함량부족이라는 것은 기획력이 떨어지고 스토리텔링이 부족하고. 각 지역의 성격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죠.

 

Q,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 대학원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우리 대학원은 한국영화가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의 인력을 양성한다는 의도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즉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시나리오, 영화기획, 제작 연출 세 부분만 전공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특징은 딱 세 부분, 연출, 프로듀싱 스크린라이팅 세 분야만 중점을 두어서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을 시킵니다.

두 번째 특징은 다른 대학은 단편영화를 만들지만 우리 대학은 장편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장편영화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리 대학은 기업체의 지원을 받습니다. 학교의 지원과 기업체의 지원을 받아서 장편영화를 만드는 산학협력방식이라는 것이 차이가 있죠.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 영화계에서 꼭 필요한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도록 양성하고 있습니다.

 

Q.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저희는 총 4학기로 운영되는데요. 1학기에는 학생들이 자기들 프로젝트를 각자 개발하는 기간입니다. 학생들은 1학기에 시나리오를 각자 써서 3차례에 걸쳐 발표를 했고 방학 동안에는 미국에 있는 시나리오 전문 교수가 와서 다듬어주어서 최종발표를 마쳤습니다. 현재 학생이 모두 12명인데 각자 한 편씩 제작할 수 없으니까 3명씩 팀을 짜서 6팀이 완성되었습니다.

2학기에는 그동안 만든 영화기획안을 정리해서 실제 제작할 영화대본을 선정합니다. 그것을 더 다듬어서 2학기 후반부터는 실제 영화 제작에 들어갈 준비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보통 영화사에서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2~3년 걸리는데 여기에서는 2년 안에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영화가 내년 학기 말 또는 그 다음해 초에 나와야지만 학생들은 석사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연출교수나 프로듀싱 교수와 함께 공동으로 단편영화도 만들어가면서 자신들의 장편영화도 만들어야하니까 매우 고된 강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생들은 토요일 빼고 매일 학교에 나와야하는 상황입니다.

Q. 탄탄한 교수진을 자랑하고 있는데 어떻게 모실 수 있었나요?

여기로 출강하시는 교수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감독들이에요. 현장에서도 눈코뜰새없이 바쁜 분들이 시간을 쪼개어 학교에 나오는 거지요.

연출은 <가족의 탄생>, <만추> 만든 김태용 감독과 <친구> 만든 곽경택 감독,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낙타>, <모텔 선인장> 만든 박기용 감독 등이 맡았어요.

프로듀서는 <건축학개론>, <마당을 나온 암탉>을 기획한 심재명 대표. <주유소 습격사건>, <선생 김봉두>를 기획한 김미희 대표, <그놈목소리>, <전우치>를 기획한 이유진 대표 등 영화계의 거장들이 지난 학기에 학생들을 지도했어요.

배우로는 김선아, 장용 등이 재능기부를 약속하고 있어요.

이분들이 단지 강의료만 생각했다면 강의하러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분들은 후배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죠. 한국영화의 차세대를 키운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금쪽같은 시간을 내주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Q. 영화발전에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큼인가요?

영화제작은 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영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투자개념으로 제작비를 마련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죠. 그러나 대학의 경우는 다릅니다. 학생들이 만들다보니 교육목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일반 상업영화와 차이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영화현장에서는 재능기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의 출강은 물론 출연배우의 재능기부가 중요하죠.

단국대학의 경우에는 장편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많은 제작비가 필요합니다. 산학협력 차원에서 기업에서는 투자개념으로 지원을 하겠지만 그 저변에 기부의 의미를 깔아놓지 않고는 학생작품에 대한 투자의 폭을 늘릴 수 없겠죠.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영화의 미래는 투자보다는 기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김동호 원장은 드림단국 취재팀에게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항상 동행인의 식사비까지 계산한다는 소문을 들은 뒤라 송구해 거절했다. 그런 눈치를 아는지 김동호 원장은 거듭 청을 넣었다. 고백하건데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 그렇게 이어진 자리는 김동호 원장의 면면을 더 느끼게 했다. 자택인 남산 부근에서 죽전캠퍼스까지 자가용 없이 버스로 출퇴근하신다는 얘기며, 국제행사에 초대받을 때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경비를 줄이기 위해 비행기는 한사코 이코노미석만을 고집한다는 얘기며(접대를 받은 만큼 상대를 접대해야 하기 때문), 칠순을 기념으로 술을 끊은 지 7년이 경과했다는 얘기 등이 오고갔다. 겸손하지만 자신감 넘치고 과거의 업적보다는 앞으로의 업적이 더 기대되는 강철같은 부드러움에 저절로 가슴이 벅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