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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가다 1 (씨네21 875호 2012.10.18)
작성자 dacine
날짜 2012.10.22
조회수 3,270

[스페셜2]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가다 1

글 : 김성훈 | 사진 : 최성열 | 2012-10-18

 

 

현장 교육이 답이다

지난 3월 설립된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이 두 번째 학기에 접어들었다. 김동호, 윤제균, 곽경택, 이명세, 김태용, 심재명, 오정완, 이유진, 박기용, 김미희, 이춘연, 김선아, 강지영, 정서경, 우정권 등등. ‘창의력을 지닌 현장 실무전문인 양성’이 교육 목표인 만큼 설립 전부터 화려한 교수진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대학원 교학부장이자 스크린라이팅 관련 수업을 맡고 있는 우정권 교수는 “처음 대학원을 설립할 때 교수진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충무로 현장 경험이 최소한 10년 이상 되는 분 중 연출, 프로듀서, 시나리오 세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생 역시 디렉팅, 프로듀싱, 스크린라이팅 세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장 중심 교육을 표방하는 커리큘럼 역시 대학원생 구성에 맞춰 세 트랙으로 구분되어 있다. 다만 각 트랙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융합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김동호 원장은 “세 트랙이 장편영화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수업 역시 세 트랙의 융합에 맞춰져 있고. 각 파트가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밖에 없다”고 융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명을 듣다보니 충무로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작가가 진행하는 수업이 무척 궁금했다.


 

<씨네21>은 이번주부터 4주 연속으로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수업을 실을 예정이다. 다음은 김태용 감독의 ‘프로젝트 기획 및 시나리오’ 수업에 관한 거다.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후학 양성에 매진 중인 김동호 원장의 인터뷰도 함께 담았다.
 

 

[스페셜2]

단순한 이론 수업? 아니야!

   글 : 김성훈 | 사진 : 최성열 | 2012-10-18

 

 

 김태용 감독의 ‘프로젝트 기획 및 시나리오’ 수업 지상중계

학생들이 찍은 영상을 보면서 토론하는 김태용 감독과 대학원생들.

오전 9시 수업이란다. 마포구인 집에서 단국대가 있는 경기도 수지까지 어림잡아 1시간 반 내지 2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적어도 새벽 6시 반에는 눈을 떠야 한다. 이런 낭패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잡는다지만 졸업한 지 8년 가까이 지난 내게 그건 아무래도 무리다. 미처 잠에서 깨지 못한 몸을 이끌고 서울역 환승센터에서 8100번 빨간 버스를 탔다. 40여분을 달렸을까. 버스는 친절하게 나를 학교 안에 모셔다주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오면 서관 건물이 보일 겁니다.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이 그곳에 있어요.”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의 한 관계자가 보내준 문자를 확인하고 오른쪽을 바라보니 건물 하나가 보였다. 등교하는 학생에게 물어보니 서관이 맞단다. 건물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건물 입주 정보가 적힌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김동호, 윤제균, 곽경택, 김태용, 심재명, 오정완, 이유진, 박기용, 김미희, 정서경 등. 충무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작가들로 구성된 화려한 교수진이었다. 학교를 찾은 9월25일은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기획 및 시나리오’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이번 학기 3번째 수업이었다.


 

촬영한 영상보며 ‘컷 바이 컷’ 토론


 

전부 합쳐 4명이었다. 50명은 족히 들어갈 강의실에 김태용 감독과 학생 셋이 있었다. 이들은 칠판 앞에 반원을 그려 자유롭게 앉아 있었다. 한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영상을 틀었다. 습작인 듯 제목은 없었다. 러닝타임이 5분 남짓한 이 영상은 화장실에 앉아 있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임신을 한 주인공 여대생이 화장실에 들어와 속상해하고 있던 중 옆 칸에 앉은 어떤 여성으로부터 위안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영상이 끝나자 김태용 감독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컷 바이 컷’(Cut by cut)으로 짚어나갔다. 그의 입에서 나온 가장 많은 얘기는 주인공 캐릭터였다. “지금 찍어온 영상만 보면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주인공의 대사와 행동이 이야기의 주제, 톤 앤드 매너와 잘 맞물려야 하는데,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산만한 것 같아.”(김태용) “저희가 생각한 건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 같은 캐릭터였어요.”(스크린라이팅 트랙의 박진수 학생) “그렇다면 차라리 임신이라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대사로 내뱉기보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처럼 말을 많이 하면서 스스로 안정을 찾는 캐릭터가 맞지 않을까.” (김태용)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인 ‘톤 앤드 매너’에 관한 이야기도 귀담아들을 만했다. 김태용 감독은 “임신이라는 주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영화의 분위기를 꼭 심각하게 보여줄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심각한 주제일수록 역으로 밝고 경쾌하게 풀어나갈 때 관객은 영화의 메시지를 더 잘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러니까 이 이야기 역시 코믹하고 밝게 풀어나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물론 학교 안에서 간단하게 찍은 습작용 영상이긴 하지만 연기연출도 김태용 감독의 예리한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 “주인공 여자가 슬퍼 보이나? 그게 배우의 역할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감독의 연기연출이다.”(김태용) 김태용 감독은 여자가 휴대폰을 보는 시선 숏과 그 장면의 여자의 정면 숏이 180도 가상선을 어긴 것도 지적했다. 180도 가상선이란, 화면 내 대화 상대자와의 시선의 각도를 180도 가상선 내에 맞춘 다음 혼동이 생기지 않도록 선을 그어주는 것을 뜻한다. 김태용 감독의 조언은 세 학생에게, 그들이 만든 영상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었다.

 

김태용 감독이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워크숍 중심의 융합 교육과정


 

‘프로젝트 기획 및 시나리오’ 수업은 이름대로 학 한기 동안 한편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기획한 아이템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 수업의 목표이다. 디렉팅, 프로듀싱, 스크린라이팅 등 세 트랙에서 한명씩 모여 한조를 이룬다.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 건지 지도교수인 김태용 감독과 함께 먼저 논의한다(우정권, 김선아, 박기용 감독의 ‘프로젝트 기획 및 시나리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아이템이 결정되면 스크린라이팅 트랙의 학생이 시나리오를 쓰고, 시나리오가 나오면 디렉팅 트랙과 프로듀싱 트랙의 학생이 학교 안에서 간단한 영상을 찍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짧은 영상은 다시 김태용 감독의 감수를 거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수업은 스크린라이팅 트랙의 박진수, 디렉팅 트랙의 김승민, 프로듀싱 트랙의 이임걸, 세 학생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다. 이들은 첫주 수업 때 ‘살면서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로부터 작은 위로를 받는다’를 주제로 정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촬영 조건은 이렇다. 돈을 많이 들여서 찍지 않을 것, 학교 장비로 찍을 것, 러닝타임이 5분 내외의 짧은 영상일 것 등. 그게 오늘 공개된 임신한 여대생이 화장실 옆 칸의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김태용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조별로 3주에 한번씩 진행되는 수업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가고, 연출, 프로듀서, 시나리오 세 분야의 의견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을 경험하는 게 이 수업의 목표다.”


 

작은 설정 하나하나까지 지도교수의 감수를 받는 만큼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는 높다. 스크린라이팅 트랙의 박진수 학생은 “오늘 수업에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씨와 교수님께서 말씀주신 임수정씨의 모습이 달랐던 것 같다. 교수님과 대화를 하면서 시나리오 작업에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며 “단순한 이론 수업이 아니라 우리가 구성한 기획 아이템, 직접 쓴 시나리오, 함께 만든 영상을 가지고 하는 수업이라 와닿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프로듀싱 트랙의 이임걸 학생은 “오늘 수업을 통해 우리가 촬영한 영상이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있었던 걸 알게 됐다”며 “주인공이 옆 칸의 여성과 휴지를 주고받는 부분이라든지, 휴대폰을 통해 남자친구에 대한 정보, 주인공 여자가 임신했다는 정보 등 여러 설정이 교수님 말씀처럼 설명이 안됐다. 교수님께서 세심하게 짚어주셔서 뭐가 잘못됐는지 쉽게 이해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심하고 예리한 김태용 감독과 여러모로 닮은 수업이었다.
 


[스페셜2]

학생들의 장편이 해외 수상이나 일반 극장에 배급되길

글 : 김성훈 | 사진 : 백종헌 | 2012-10-18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김동호 원장

김동호 위원장, 아니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김동호 원장을 만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였다. 후학을 양성하랴, 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으로서 영화제 일정을 소화하랴, 그는 여전히 바빴다. 그래서 영화제 동안 부산에서 인터뷰하기로 한 계획은 무산됐다. 영화제가 반환점을 돈 10월9일 저녁 그와 가까스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대학원과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매우 바쁘실 것 같습니다.

=학교 수업과 영화제 기간이 겹쳤습니다. 바쁘네요.
 



-이명세, 곽경택, 윤제균, 김태용, 이춘연, 심재명, 오정완, 이유진 등 교수진이 화려합니다.

=처음 원장직을 맡았을 때 경쟁력있는 현장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얼마 전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그간 한국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지 못했잖아요. 물론 여러 상을 받긴 했습니다만. 많은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박찬욱, 김지운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습니다. 한국영화의 대외 경쟁력이 미학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1% 정도의 함량이 부족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도 부족했고요. 그건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힘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다보니 그것에 걸맞은 교수진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작가들이었습니다.
 



-커리큘럼을 구성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론 교육보다 현장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워크숍 중심의 융합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의 영화교육에서 미흡한 부분 중 하나가 프로듀서와 스크린라이팅 교육입니다. 그래서 프로듀싱 트랙과 스크린라이팅 트랙을 디렉팅 트랙과 함께 구성했습니다. 세 분야의 교육 과정을 두었고, 각각의 분야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짰습니다.
 



-이 밖에 한국영화아카데미, 영상원 등 다른 영화교육기관이나 대학원과의 차이점이 또 있나요.

=디렉팅, 프로듀싱, 스크린라이팅 세 트랙의 합동 교육이 많습니다. 다른 대학원의 경우 일주일에 이틀 정도 등교하면 되지만 저희 대학원은 토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수업이 있어요. 교수와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고. 우리는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대화도 하고. 2년의 교육 기간 동안 학생들은 팀을 짜서 장편영화 한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주로 단편 작업을 하는 다른 대학원과의 차이점입니다.
 



-산학협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실 학교 지원금만 가지고는 장편영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롯데시네마, CJ E&M 같은 투자배급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롯데시네마는 학생들의 졸업작품인 장편상업영화 제작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했고, CJ E&M은 현장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한 공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이 만든 장편영화가 일반 극장에 배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미국의 USC와 채프먼대학교 그리고 남가주대학교와 함께 영화 교육 및 연구에 대한 상호 교류 및 영화공동제작에 대한 협약도 체결했습니다.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이 2학기째 접어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만든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되거나, 일반 극장에 배급되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졸업한 뒤 그들이 현장에 투입되어 좋은 영화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작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원장으로서의 저의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얼마 전 첫 연출작 <주리>를 만드셨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학생 같은 기분이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와 스탭, 감독들도 물론이지만 저희 학생들도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제작하는 내내 학생들에게 프로듀서, 감독으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직접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리> 다음으로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작품을 만들 생각이 있습니다. 꼭 만들고 싶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