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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드니(Claire Denis) 마스터 클래스
작성자 프로듀싱 김동현
날짜 2016.04.29
조회수 2,547

감독 소개

1946 파리에서 태어난 클레어 드니는 프랑스 고등영화연구소 (IDHEC)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1971 졸업하였다. 코스타 가브라스, 벤더스, 자무쉬의 조감독으로 일하였으며, 1987 데뷔작 〈초컬릿〉으로 이듬해 칸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고, 1996년에 발표한 〈네네뜨와 보니〉는 로카르노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개입자(2004)> <백인의 (2009)>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판교 소재 경기혁신창조센터 9층 기가 홀에서 클레어 드니 감독의<개입자(2004)>와 <돌이킬 수 없는(2013)>을 중심으로 작품 세계에 관한 토론과 연출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부산영화제에서 인연이 닿은 김동호 원장님이 직접 첫 시작을 알려주셨다. 이에 클레르 드니 감독은 <개입자들> 촬영 시 부산 조선소 장면 촬영, 위원장님이 직접 출연해주시는 등 많은 부분에서 도와 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부산촬영 필름이 불에 소진 되어 부산 재촬영을 해야 됬을 때 등 부산, 그리고 김동호 위원장님과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 해주면서 마스터클래스를 시작했다.

다음은 클레르 드니 감독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1. 필름 VS 디지털


내가 보여 주고 싶은 것은 인물의 내면이 보는 시점이다. 때문에 전부 35미리로 찍었지만 전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특히 풍경에 따라 다르게 보인 것 같다. <개입자들>에서 타히티에서는 빛이 너무 강렬했다. 부산에서 찍은 조선소 장면 같은 경우에도 빛이 너무 달랐다. 그날 광이 좋긴 했지만 프랑스 겨울의 빛과는 느낌이 매우 달라서 좋았다. 10여년 전 당시 필름으로 촬영했는데, 폴리네시아 장면에서도 많은 것을 미리 준비해 갔지만 필름이 보여주는 화학적 반응은 예측불가능해서 자연스럽게 그 느낌을 다 담으려 했다.

필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은 나도 디지털로 촬영을 하지만, 프랑스와 미국 내에서도 필름을 선호하는 팀이 있다. 열에 반응하는 피부의 느낌 등을 담을 때에는 다른 D.I 과정 없이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 줄 수 있다. 촬영을 할 때 우선은 자연스러운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다면 필름이 맞지 않나 싶다.

학생 여러분들이 만약에 디지털로만 작업을 하겠다고 하면 이미지로서의 텍스트에 익숙해져야 한다. 디지털은 필름에 비해 모두가 밋밋하다. 우연히 포착해 낼 수 있는 장면들을 담아낼 수가 없다. 물론 필름의 단점도 있다. 필름으로 금발의 여인의 얼굴을 촬영했을 때 얼굴에 불그스름한것들이 전부 보인다. 후반작업에서 다 지워야 한다. 이러한 단점들도 있다는 것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2. 자주 쓰이는 클로즈업


내 영화에서는 클로즈업이 많이 쓰인다. 무조건 쓴다기 보다는 자전거 씬을 찍을 때 클로즈업으로 할 지 안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클로즈업이란 배우들에게 있어 내적 감정을 표현할 때 자유를 주는 것 같다. 내 느낌에 해당씬에서 클로즈업이 잘 어울린다면 그렇게 했다. 물론 자동차 씬 같은 경우 렉카를 사용하지 않고 차 안에서 찍어서 어쩔 수 없이 클로즈업이 되기도 헸지만 말이다. 

영화에서 클로즈업은 퍼즐 조각을 이야기 한다고 생각한다. <돌이킬수 없는>에서 중요한 것은 라파엘이 발견하는 시계였다. 시계를 팔고보니 돈이 없다 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시계 클로즈업을 사용했다.

      

3. 여성감독으로서 영화를 찍는 다는 것, 남과 여를 구분 짓는 성이란


성이라는 것을 보여줄 때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이야기 인물에 따라 달라진다. 남녀의 관계는 매우 다양하다. 우연을 통한 만남도 있고, 오랜 기다림을 보여주면서 이제서야 이러우지는 구라 라고 관객들이 느낄 때도 있다. 나의 영화에서, 나의 인생에서 남과 여라는 성적인 차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앞에 했던 클로즈업과 연관해서 보충설명을 하자면, 신체의 일부를 클로즈업 했을 경우 경찰이 보는 것과 의사가 보는 것이 다르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은 살아있는 스토리의 일부이다. 손이나 발, 머리카락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부분을 보여주었을 때,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손을 보여주었을 때, 그 손이 나의 볼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손일 수도, 누군가를 때리는 손이 될 수도 있다.

프랑스 한 가수의 노래가사 중에 ‘구두발로 한번 차고 쓰다듬고’ 라는 가사가 있다. 사랑하는 남녀의 관계를 표현했다고 본다. 싸우고 화해하고 남녀를 한 문장안에 잘 표했다고 본다. 욕망을 주체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남자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사실 영화라는 것이 인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 이다. 영화를 통해 심플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돌이킬 수 없는>에서 보면 여배우의 전라노풀 신이 있다. 이런 장면을 촬영할 때 현장에서는 어떤 소통이 필요한가

나의 입장에서는 보여주는 영화는 구체적인 것이다. 육체적, 구체적이다. 조각조각난 이야기를 하느냐라는 질문 같다. 조각조각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구체적인 것이다.

한겨울 파리에서 맨몸으로 하혈하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배우가 매우 힘들어 하긴 했다. 사전에 아무도 살지 않는 거리라는 것을 확인하고 자동차를 통제했다. 스탭들과의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면 영화를 하면 안 된다. 감독을 하면 안 된다.

마지막 씬에서 아버지와 벌이는 정사씬 같은 경우 모든 스텝들을 다 버리고 감독과 배우 둘, 총 3명만 현장에 있었다. 이는 배우를 매우 존중해 주는 행위이다. 이런 존중이 없었다면 관능적일 수도 있었다.


5. 개입자들 같은 경우 상징성이 매우 많아 보인다. 서사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인다. 이 부분을  배우들도 이해를 하고 연기를 해야 했을 텐데 소통은 어떠했는가.

 

작업했던 배우들은 내 시나리오를 보면 다 이해를 했다. 그래서 딱히 설명할 것들이 없었다. 일반 영화에 익숙해진 질문자인 학생들이라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너희들이 인내심이 없었다. 뭔가를 빨리 캐치하려 하지마라. 너무 원초적인 자세를 지니지 마라. 라코스카 벽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림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 한다. 나체 여인이 나온다.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감독이 되려 한다면 본인만의 언어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6. 감독님 본인만의 영화 내러티브란?


이 영화 스토리는 철학자의 책에서 얻어 온 것이다. 그 분이 침입자라는 책을 썼는데, 심장이 아파서 새 심장을 이식을 했는데 그것이 옳은 결정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이 이 영화의 출발이었다. 단지 환상에 불과했다고 생각한다. 심장은 동그랗다. 지구도 동그랗다. 거기서 부터 출발했다.

장기이식을 하게 될 경우 몸의 심한 거부 반응을 경험한다. 새로 얻은 장기는 잘 활동을 하게 되지만, 적응하기 위해 같이 동반되는 강력한 화학치료 때문에 나머지 몸과 마음은 황폐해져 간다. 이를 영화에서 응용했다.

여담이지만, 그 철학자가 데리다와 연결되는데, 해체주의,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다. 해체로 인해 잃어버리는 것은 없다.


7. 영화들에서 주로 장면 뒤에 하나의 샷이 더 추가된다. 편집에서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건가


편집에 있어 어떤 기준이 없다. 음악 리듬에 맡긴다. 막상 찍고 나니 안 붙는게 있다. 편집이란 것은 감정의 연결, 리듬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씬이 길고 짧은 것은 각자의 관점이다. 다음에 어떤 이미지가 올 것이라는 느낌이 온다. 길고 짧은 것 보다는 어떤 것이 와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이다.

침입자들은 굉장히 극단적인 영화이다. 흔히 생각하는 내러티브는 돌이킬 수 없는에 더 가깝다. 이는 조금 더 설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 외형이 이미 정해진다. 시나리오를 쓸 때 그 영화에 대해 이미 오는 것 같다. 폼, 형식을 잡고 쓰는 감독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미 시나리오 단계에서 편집이 다 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현장은 매우 빠르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업은 고독한 상상력이다. 개인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작업 단계이다. 그에 반해 편집이란 시나리오 작업이 점점 커져서 많은 스탭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다. 청명한 날씨 이었으면 하는 계획이었지만 날씨가 흐리다거나 갑자기 배우가 아프다는 등 시나리오 계획과는 다르게 돌발상황을 통해 시나리오를 고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시나리오의 새로운 단계라고 본다.

배우나 스텝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있다.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그 이후 이를 스텝들과 함께 할 때 굉장히 새로 다른 여행이 된다.

 

8. 음악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골조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음악을 사용하는 방식에 기준이 있다면?


좋아하는 음악들을 쓰기는 한다. 음악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옆에서 나란히 걷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나와 주로 작업하는 음악감독이 있다. 그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그가 해석하는 대로 음악을 맡겨버린다. 어쩔 때는 굉장히 다른 해석이 나와서 놀라기도 한다.

나와 작업하는 음악가는 음악이 있는 사운드가 있는 이미지 영화를 원한다.


9. 케릭터를 설정할 때 여자라서 여자를 만들 때 뭔가 더 특별한 것이 있는가?

없다


10. 유년기 시절 경험과 영화의 연관성이 있다면?


유년기 경험이 죽을 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영화를 할 때마다 제3세계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경험은 단지 나를 형성하는 데 있을 뿐이다. 영화를 할 때는 영화하는 끌레르 드니 감독이 있을 뿐이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자면 친척집에서 영화를 두 편을 본 적이 있다. 어릴 때 본 영화의 한 장면이 평생가는 시퀀스가 되었다. 그 영화를 통해 인간은 꼭 죽는 존재이구나를 느꼈다. 아주 어린 관객이었을 때조차도 영화를 보면서 이미지를 보면서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영화 아닌가.




11. 개입자들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는가?

 

침입자라는 영화는 철학자의 책을 봤을 때 느낌을 그냥 내 느낌대로 각색을 한 것이다. 타히티 같은 경우 느낌, 감정이다. 상선을 타고 3개월을 돌아다녔다. 남태평양 섬들은 편한해 보이지만 혼자 있게 되면 굉장히 멜랑꼴리 해진다. 우수해 진다. 이는 매우 폭력적이고 거친 감정이다. 낭시의 텍스트를 영화인으로서 전하고 싶었다.

상상해 보라.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해서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 심장이 발견되었으니 빨리 와라 라고 했을 때. 심장이식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이 있다. 심장의 철학적인 의미는 사랑이다. 과연 심장수술 이후에도 기존에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어쩌면 나에게 흑인여자의 심장을 이식했을 지도 모른다. 이것의 낭시의 책의 첫 문장이다.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면 굳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름답다 예쁘다라고 하는 것은 늙어서도 예쁠 수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정원의 울타리도 예쁠 수 있다.